직장생활하면서 어떤 사수를 만나느냐가 정말 중요합니다. 직장생활에서의 사수를 해당 업무의 선임자, 선배쯤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나에게 있어 첫사수는 그런 존재가 아니였습니다. 반드시 이겨야 할 존재, 뛰어넘어야 할 존재였습니다.
신입사원 대부분이 그렇듯 조직 내 정형화된 틀이 낯설기만 하고, 학교에서 그랬듯 누군가가 친절하게 잘 설명해 주고 가르쳐주었으면 하는 철부지같은 바람을 가지고 회사에 출근을 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만난 나의 첫사수는 그런 사람이 아니였습니다. 자신과 함께 할 동료로 인정하기까지 까다로운(?) 일련의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성실과 열정은 기본이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없는 신입은 존재 가치가 없다 생각하는 듯 했습니다. S그룹에서만 사용하는 훈민정음, 1990년대말 인터넷유저가 얼마나된다고 인터넷에 대한 기본소양, 나만이 가질 수 있는 인간적인 매력까지..나의 첫사수가 나에게 바라는 것들은 그 당시 쉽게 수용할 수 있는 건 아니였습니다. 게다가 조직 내에서 여성 동료들에게 혹독하기로 평이난 인물이라는 점 또한 내가 넘어야 할 산이였습니다.
내가 작성한 문서를 출력해서 빨간색연필로 여기저기 색칠을 하고, 가위로 이리저리 자르기도 하고, 때론 이면지로 활용하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이를 악물기 시작했던 같습니다. 기획자의 기본은 문서만들기..퇴근 후 훈민정음과 엑셀 활용법을 공부했고, 다른 기획자들이 작성한 문서들을 보면서 문서작성
연습을 수도 없이 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웹관련 동호회에 가입해서 주말마다 따로 스터디를 하고, 관련 컨퍼런스에 참석해서 새로운 트랜드를 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신입시절 학교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가 되기도 했었죠..
이런 노력들이 고리에고리를 물던 어느 날 부서에서 중요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나의 사수는 그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고 사수의 빈자리를 나 혼자 책임져야 할 상황이 되었습니다. 프로젝트가 진행된 3개월여동안 나는 나의 사수가 신규 프로젝트에 100% 몰입할 수 있도록 웹사이트 운영업무를 100% 성공적으로 수행했습니다. 이 사건이후 사수는 나를 인정하기 시작했고 그 후 5년동안 같은 부서에서 일하면서 나를 "박하사", "박다르크"라고 부릅니다.
S그룹 S카드에서 지금도 변함없이 새로운 시도와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일하고 있는 배**과장님, 보고싶습니다!
함께 근무했던 많은 여성동료들이 과장님을 싫어하고 두려워했지만 나는 과장님께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 신입시절 과장님이 나를 그렇게 혹독하게 이끌어주지 않았다면 지금껏 내가 이렇게 Web 속에 남아있지 않았겠지요. 덕분에 나 또한 혹독한 사수가 되어 부사수들을 키워냈고 가끔 그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옛날 얘기하곤 한답니다. 고맙습니다, 배**과장님!
written by mi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