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년간 웹기획자로 살아오면서 참 다양한 표현으로 나를 일컫는 말들을 들었습니다. 오늘은 내가 생각하는 웹기획자의 자질에 대해 說을 풀어볼까 합니다. 내가 웹기획자이기 때문에 개발자나 디자이너에 대해 알게모르게 나쁜 선입견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최대한 객관화된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이젠 그들을 사랑할 수 있을정도의 내공은 쌓여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일반적인 웹관련 업무에 있어 업무의 시작은 웹기획자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아이디어를 내고 아이디어를 문서화해서 결재를 받고 예산을 받아 스토리보드까지 완료가 되면 디자이너와 개발자들과 미팅을 하게 됩니다. 어떤 회사는 아이디어를 낼 때부터 디자이너와 개발자와 함께 하는 멋진(?) 조직도 있지만 대개 이런 일련의 업무는 모두 웹기획자의 몫 입니다. 디자이너와 개발자와 미팅을 통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구현되어야 할 다양한 업무 협의를 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뜻하지 않는 불협화음이 발생되기도 합니다만 이 모든 것 또한 웹기획자의 몫 입니다.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수행하는 동안 기획했던 방향대로 디자인이 될 수 있도록 수시로 피드백을 주고 받습니다. 디자인이 완료되면 개발팀으로 업무의 공이 넘어가면서 웹기획자는 익숙하지 않는 용어들을 써가며 기획했던 방향대로 프로그램이 구현될 수 있도록 열심히 테스트도 하고 무슨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겠다는 여러 문서에 서명을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완료된 것을 웹기획자는 직접 운영하기도 하고 웹마스터에게 운영이 잘 될 수 있도록 업무를 전달하기도 합니다. 일련의 업무 속에서 웹기획자가 빠진 과정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그만큼 웹기획자는 웹관련 비즈니스에서 꽃이고 핵심입니다. 그들의 작은 실수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수렁의 구렁텅이로 빠뜨릴 수도 있고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하게도 합니다. 수시로 기획서나 스토리보드를 수정하는 기획자 때문에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이 수차례 같은 업무를 반복해야 한다면 그 기획자는 기회비용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없을 겁니다.


< 일반적인 웹관련 업무 흐름도 >

S카드사에서 웹마스터겸 웹기획자로 근무할 때 일 입니다. 웹기획팀, 디자인팀, 개발팀 으로 업무 분담이 비교적 정확하고도 세밀하게 되어 있는 조직이였습니다. 왜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디자인팀이 상당한 파워(?)를 가지고 있었는데요, 나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였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원칙을 가지고 "웹사이트 운영 표준안"을 만들었습니다. 이 표준안에 근거해서 S카드 홈페이지 운영을 하겠다고 전사에 공지를 하고, 홈페이지 관련 업무 문의 채널을 웹마스터인 나에게로 일원화 시켰습니다. 그랬더니 디자인팀에서 반발하기 시작했습니다. "홈페이지 이벤트란에는 이런이런 것만 올릴 수 있고, 신상품 이미지 교체 주기는 지금까지 이렇게이렇게 했기 때문에 이렇게 해야한다" 뭐 이런 얘기였습니다. 그래서 디자이너들을 한자리에 불렀습니다. "현재 전사에서 제일 중요하게 추진하고 있는 캠페인이 뭔지 아느냐?, 이번 달 전사 목표가 얼마인지 아느냐?, 이번 주 홈페이지 회원 이용율이 얼마인지 아느냐?, 방문자 중 이벤트 클릭율이 얼마인지 아느냐?, 홈페이지에 팝업을 띄웠을 때랑 안띄웠을 때 방문자의 활동율이 얼마나 차이 나는지 아느냐?"등등 몇가지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치열한 전투 전 적을 알아보기 위해, 때론 기선제압을 위해 내가 자주 사용하는 수법입니다) 역시나 디자인팀에서는 나의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 모든 걸 고려해서 기획하고 운영하는 사람이 웹기획자이니 웹기획팀에서 공지한 "웹사이트 운영 표준안"에 근거해 홈페이지를 운영할터이니 따르라고 했습니다. 그 회의가 끝나고 우리 웹기획자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았습니다. 디자이너들에게 했던 동일한 질문을 웹기획자들에게도 했지요. 몇몇은 대답을 하고 몇몇은 우물쭈물하더군요. 똑바로 하라고 했습니다. 웹기획자는 숲을 보고 기획하고 나무와 풀을 어루만지며 개발하고 나뭇잎 하나하나를 매일 닦으며 운영해야 합니다. 그만큼 웹기획자로서 갖추어야 할 역량은 한,두문장으로 서술할 수 없다 하겠습니다.

written by mi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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